“맥도날드보다 슬롯머신이 많아”…도박중독에 몸살 앓는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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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헌터스 댓글 0건 조회 874회 작성일 22-04-28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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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슬롯머신이 제일 많은 국가로 유명한 호주의 도박 중독 문제가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비화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시국이 겹치며 지난 10년간 도박 중독자가 급격히 늘어 전 국민의 1% 이상이 도박 중독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한 폭력, 자살 등의 사회 문제도 함께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26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연구를 인용해 지난 10년간 도박자가 2배 가까이 늘어 국민 30만명 이상이 도박 중독에 시달리고 있으며 도박으로 인한 피해액 역시 세계 1위 수준을 지키고 있다. 도박 중독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음주, 폭력, 자살, 금융범죄 등의 사회문제가 함께 수반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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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제노폰 전 호주 상원의원은 WP에 “맥도날드보다 슬롯머신 가게들이 더 많다”며 “도박은 길모퉁이마다 있으며 이는 호주가 세계에서 가장 도박으로 큰 손실을 보는 나라로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찰스 리빙스턴 모나시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호주가 도박에 쓰는 지출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면 단연 세계 최악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도박 시장을 가진 국가다. 호주 퀸즐랜드 주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 국민이 한해 도박에 지출하는 돈은 총 230억호주달러(20조원)에 달한다. 전세계 인구의 0.5%에 불과한 호주는 세계 슬롯머신의 20%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부분 국가가 카지노 등 도박 산업을 규제하는 데 반해, 호주는 펍이나 카페에서도 도박을 즐길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이처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호주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판돈을 도박에 소진하고 있다. WP는 호주 국민이 도박에서 잃은 돈은 1년에 일 인당 1000호주달러(한화 약 90만원) 수준이다. 이는 라스베이거스를 보유한 미국(7위)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박중독으로 하루에 한명꼴로 호주 국민이 사망하고 있다는 통계를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호주의 도박산업개혁 및 도박중독예방을 위한 연합기관 ‘도박개혁을 위한 연맹(The Alliance for Gambling Reform)’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매년 도박 관련 문제로 연간 400명이 자살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좀처럼 개혁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는 주지사가 업계의 희생을 감수하고 시민들을 도박에서 보호하는 개혁안을 추진하다 해고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치권 곳곳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로비단체와 친도박 성향의 의원들도 다수다.

블룸버그는 호주 주 정부들은 연간 도박산업으로부터 약 58억 호주달러(약 6조2470억원)의 세수를 거둬들였다. 호주 연방정부가 포기하기 어려운 수입이다. 미국 최대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와 비견되는 영향력을 가진 호주의 도박산업 로비단체들은 내각을 비롯한 다수 의회 의원들의 주요 후원자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개혁을 가로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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