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교포 생계 잇던 파친코의 몰락… 점포수 절반 이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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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헌터스 댓글 0건 조회 258회 작성일 22-09-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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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코로나로 경영난… 우에노 대형업소들도 줄폐업
日정부, 파친코 사행성 대폭 낮춰 ‘잭팟’ 터질 가능성 절반으로 줄어
1990년대 이용 인구 3000만명… 2020년 710만명으로 쪼그라들어
주요업체 본사 몰려있던 우에노 30여개 업소 중 3곳만 명맥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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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우에노 파친코 업소 - 지난 6일 일본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히로코지역 인근의 한 파친코 업소. 경기 침체와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 여파로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하다. 우에노는 1980~2000년대 ‘파친코 성지’로 불리며 점포 30여 곳이 영업했지만, 최근 문 닫는 곳이 속출하면서 현재 단 3곳이 남았다. /최원국 특파원

 

 

지난 6일 오후 일본 도쿄 다이토구 우에노히로코지역 출구에서 북서쪽으로 150m 정도 떨어진 파친코 매장 ‘사이버스파크’ 출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입구에는 폐점 소식을 알리고, 회원들이 보관하는 코인과 메달을 교환하는 방법을 전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유리문 너머 매장을 들여다보자 파친코 기계를 철거하는 인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파친코는 31년간 이곳을 지켜왔지만,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지난달 31일 폐업했다. 이곳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파친코 ‘다이아몬드’도 39년 영업을 마치고 같은 날 문을 닫았다. 근처에서 영업을 하는 파친코 ‘피아’는 손님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건물에 파친코와 슬롯머신 등 기계를 670대 설치했지만, 기계 앞에 앉아 있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10~15대씩 늘어선 파친코 기계가 통째로 비어 있는 곳이 많았다.

일본 성인들의 대표적인 오락거리이자 도박 게임인 파친코 산업이 몰락하고 있다. 주요 파친코 업체 본사가 몰려 있던 우에노는 1980~2000년대 ‘파친코 성지(聖地)’로 불리며 점포 30여 곳이 성업했던 곳이다.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업소는 단 3곳. 전성기의 10분의 1로 쪼그라든 것이다. 경제 침체와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로 파친코를 찾는 손님들이 계속 줄어들면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곳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도쿄 신주쿠역 출구 바로 앞에서 33년 문을 열었던 파친코 ‘그린피스’는 지난 1월 말 폐점했고, 그린피스 건너편 ‘마루한’ 신주쿠점은 넉 달 뒤 닫았다.

일본에서 파친코 업계의 시작과 성장은 재일교포와 연관이 깊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차별대우를 받으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이 사행성이 높고 위험한 파친코 업계로 뛰어들어 생계를 이어갔다. 이민진 작가의 베스트셀러 ‘파친코’는 대를 이어 파친코 업체를 운영하는 재일교포 가족 스토리를 담은 소설이다. 현재 일본 파친코 업계의 약 80%를 재일교포와 그 후손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곳이 넘는 파친코 점포를 운영하는 대표 기업 ‘마루한’ 회장도 재일교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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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가 일본의 대표적인 여가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1990년대 파친코를 이용하는 일본인은 약 3000만명에 달했다. 일본 인구의 4분의 1이 파친코를 즐긴 셈이었다. 당시 일본 전역에서 운영된 점포는 2만곳이 넘었다. “일본 어디를 가도, 편의점은 없어도 파친코는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버블 경제가 붕괴하면서 파친코를 찾는 사람은 줄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018년 파친코의 사행성을 대폭 낮추는 조치를 시행하자 쇠락세가 급물살을 탔다. 파친코와 슬롯머신 등의 메달 획득 확률이 기존의 약 60% 수준으로 떨어지고, ‘잭팟’ 가능성이 절반가량으로 줄면서 파친코를 찾는 손님은 격감했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파친코 업계에 코로나 확산은 치명적이었다. 파친코는 3밀(밀집·밀접·밀폐)의 대표적인 장소로 꼽혔다. 경제 전문 매체 도요게이자이(동양경제)는 최근 일본생산성본부를 인용, “2020년 전국 파친코 시장 규모가 14조6000억엔(약 140조855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줄었다”고 밝혔다. 2005년 연간 35조엔(약 336조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약 60% 감소한 수치다. 파친코 인구도 전년보다 약 180만명 줄어든 710만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전국 파친코 점포 수(지난해 12월 기준)는 8139곳으로, 전성기의 절반 이하였다. 다카오와 아사히금속열연 등 중견 카지노 업체들의 줄파산과 대규모 구조 조정 소식도 이어졌다. 앞으로 파친코의 몰락은 더 가속화할 전망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종합연구소 이시카와 도모히사 수석연구원은 “일부 대형 체인점을 제외한 파친코 업계가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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